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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동양의 향불로 사치를 물들인 작가 이길우’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현재 모교에서 교수로도 활동 중인 이길우 작가는 마른 낙엽에 햇빛이 반사되는 것이 마치 타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보고 향으로 한지를 태우는 ‘향불 기법’을 떠올렸다. 전통 수묵화의 붓터치를 변용한 향불로 태우는 행위와 그로 인한 그을음은 수묵화의 농담 같으면서도 독창적이다.

순지에 향불의 끝부분을 접촉시켜 불구멍을 내는 과정은 새로운 회화적 조형과정이면서도 태워서 사라지는 것이 반복됨으로써 그 결과가 다시 새로운 조형을 탄생시키는, 마치 생명의 순환과정과 같은, 불교적 표현을 빌자면 윤회적인 창작과정과 조형상의 변성작용을 복합적으로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감춰진 내면을 살포시 드러내는 듯한 동양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 향불이 가장 좋은 도구라고 작가는 생각한다.

독특한 작업 방식과 작업의 표면적인 형상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동양과 서양의 이미지를 한 화면 안에 배치하며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공존에 대한 인식, 융화를 통한 새로운 조화에 대한 메시지였다. 이러한 메시지는 그의 작품이 단순히 전통 한국화의 재료 확장, 현대적 재해석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이유이다.

그의 최근 작품에서는 동서양의 관계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일상을 살아내면서 만나는 여러 가지 소회들과 소재로부터 영감을 얻어 이전의 작업과는 새로운 이야기를 볼 수 있으며, 변화된 색조, 꼴라쥬 등 방식의 변화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