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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현재 모교에서 교수로도 활동 중인 이길우 작가는 마른 낙엽에 햇빛이 반사되는 것이 마치 타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보고 향으로 한지를 태우는 ‘향불 기법’을 떠올렸다. 전통 수묵화의 붓터치를 변용한 향불로 태우는 행위와 그로 인한 그을음은 수묵화의 농담(濃淡) 같으면서도 독창적이다. 이 향불 기법은 수만 개의 구멍을 일일이 뚫어야 하기 때문에 최소 수개월의 제작 기간이 필요하고, 한지가 얇아 잘못 태우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하지만, 아름다운 감춰진 내면을 살포시 드러내는 듯한 동양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 향불이 가장 좋은 도구라고 작가는 생각한다.

그의 작품 속 인두와 향불로 한지를 태우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뚫려진 수많은 구멍은 자체로도 어떠한 형태를 드러내지만 후면에 겹쳐지는 채색 이미지를 위로 비춰내기 위한 희생과 통로 역할도 하고 있다.
향불의 흔적들 사이로 또 다른 이미지가 되살아나며 새로운 의미를 자아내게 만드는 작가의 작업 과정은 윤회 사상과도 연관 지어 설명할 수 있는데, 때문에 작가의 작품 활동은 과정까지도 모두 작업의 연장 선상이자 행위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재료와 소재에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하여 세상의 모든 것을 작품 속에 녹여내는 독특한 화풍을 지닌 것 역시 그의 작품의 특징이다.

이렇듯 독특한 작업 방식과 작업의 표면적인 형상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동양과 서양의 이미지를 한 화면 안에 배치하며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공존에 대한 인식, 융화를 통한 새로운 조화에 대한 메시지였다. 이러한 메시지는 그의 작품이 단순히 전통 한국화의 재료 확장, 현대적 재해석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이유이다.
그의 최근 작품에서는 동서양의 관계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일상을 살아내면서 만나는 여러 가지 소회들과 소재로부터 영감을 얻어 이전의 작업과는 새로운 이야기를 볼 수 있으며, 변화된 색조, 꼴라쥬 등 방식의 변화도 엿볼 수 있다.

작가의 독특한 기법이 담긴 작품은 ‘2012 런던올림픽’ 기간에 영국 사치 갤러리에서 주관한 한국작가 33인에 선정되고, 2014년 단체전에서도 선보이며 무려 2회에 걸쳐 사치 갤러리에서 전시 되었다.
이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알 왈리드 왕자가 향불이 타고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희생정신을 떠올려 “자신도 국민을 위해 희생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며 직접 초상화를 의뢰해 제작하였고, 중국 여배우 판빙빙의 초상화를 제작하기도 한 다양한 이력의 이길우 작가는 두바이 아트페어, 스페인 아르코 ARCO’07, 프라하 비엔날레 등을 통해 세계 각국의 평론가들로부터 크게 호평을 받으며 현재 헬렌앤제이 갤러리(스캇앤제이 갤러리)와 함께 한국과 국제 무대에서의 활발한 작품 활동을 준비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