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ONE ELSE
헬렌앤제이 갤러리 작가 공모전 1회 수상작가 전시:
Someone else
“나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단순한 모습을 그리되 작품 안에 누구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복잡성을 담고 싶다.” _ 알렉스 카츠
존재의 불안을 잠재우는 방식은 각자 다른 양상을 띤다. 알렉스 카츠가 단순한 형태와 색으로 드러낸 절제된 우아함과 안정감은 전쟁을 겪은 세대가 가진 피폐함과 추상표현주의적 회화와는 대조되는 맥락이다. 하지만 카츠의 회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은 카츠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아름다운 형태로 구축해 나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헬렌앤제이 갤러리는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가 있는 회화적 언어로 구축하고 있는 작가들로 공모전 수상작가를 선정하였다.
헬렌앤제이 갤러리 작가 공모전 1회 수상작가 김만섭, 최운형, 이정희 작가는 야만적인 시대를 살아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온하지만 불안하고, 안전하지만 냉랭한 개인들의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서 “그 울림마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이 끝내 사라져 버렸듯이. .… 그래서 나는 지금 이 글을 쓴다. 나는 무슨 일이건 문장으로 만들어 보지 않으면 사물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타입이니까.”라고 얘기하듯이 이 작가들은 이 시대를, 자신을, 타자를 회화를 통해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 각자의 세계 안에서 이들은 다르지만 존재의 불안을 잠재우는 방식으로 혹은 현실을 직시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회화를 탐색하고 있다. 김만섭은 ‘내면으로 침잠하는 얼굴’로, 최운형은 ‘천국으로 가는 길 The way to Heaven - 살해된 동심들이 가는 천국’으로, 이정희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한 풍경 안에서의 사람들 그리고 모호함’으로 그들 각자의 회화적 현실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김만섭_‘내면으로 침잠하는 얼굴’
김만섭은 내면으로 향하는 얼굴들로 회화의 결을 맞추어 간다. 색과 색을 켜켜이 쌓아가며, 단조롭지 않도록 붓의 터치를 다양하게 구현한 어딘가를 응시하는 클로즈업된 긴장된 얼굴들이 있다. 이 얼굴들은 내면으로 깊이 침잠하고 있으며, 한 순간의 감정이 아닌 지속적으로 쌓여진 감정들이 레이어드되어 있다.
“처음 침묵 속에 앉아 있으려 할 때 / 그토록 많은 마음속 소음과 만나게 되는 것은 역설이다. …… 고요함 속에 앉아 있을 때 우리는 더없이 깨어난다. / 마음이 침묵할 때 우리의 귀는 존재의 함성을 듣는다. / 본래의 자기 자신과 하나 됨을 통해 / 우리는 모든 것과 하나가 된다. “ _역설, 거닐라 노리스
‘내면으로 침잠하는 얼굴’들은 결국 거닐라 노리스(Gunilla Norris) 의 시 <역설(Paradox of Noise)>에서처럼 존재의 함성을 들으며 자기 자신을 만나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순간들의 시선이 담긴 표정인 것이다.
최운형_‘천국으로 가는 길 The way to Heaven - 살해된 동심들이 가는 천국’
“맞아요. / 제가 죽였어요. / 사람이 동심을 갖고 살면 미치게 되어 있어요. 이 세상은. / 저런 것들은 다 죽어 없어져야 해요. …… 살해된 동심들은 천국으로 향한다.” _ The way to Heaven - 천국으로 가는 길, 최운형
“천국으로 가는 길은 곧 죽음으로 가는 길을 의미한다. 우리는 죽음으로 향하고 있다는 확실성만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그 길목에서 만나는 화, 분노, 기쁨과 슬픔, 실망감 등 쉽지만은 않은 인생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 감정과 이야기들을 내 시각에서 바라본 풍경과 동심을 잃어가는 만화 캐릭터들 그리고 관객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로 완성되어 질 텍스트들로 담아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는 주인공 안에 있는 동심들로 주인공은 자기 안에 남아있는 동심들을 스스로 하나씩 살해함으로써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_ 최운형
최운형의 천국으로 가는 길 시리즈는 시대를 해석하는 자신의 시각을 형상화한다. 인생의 여정은 험난하다. 이 험난한 여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각자의 페르소나(Persona)인 디즈니 캐릭터」들은 살해되고, 동심을 잃게 된다. 최운형의 ‘천국으로 가는 길’은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죽음을 향하고 있고, 우리는 살아가는 순간들 속에서 동심을, 순수를 잃어버릴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상기시켜준다. 동심을 잃게 만드는 삶의 메스꺼움에도 밝고 화사한 파스텔톤의 최운형의 회화는 밥 딜런의
이정희_‘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한 풍경 안에서의 사람들 그리고 모호함’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한다…… / 먼 곳을 응시하는 사람,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다. / 사막 너머를 보는지, 땅 아래를 내려다보는지, / 먹구름 낀 하늘을 보는지, 다만 눈앞에 끝없는 세계가 펼쳐져 있고 /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의 오아시스를 꿈꾼다.” _이정희
이정희 작가의 <오아시스>, <뜨거운 계절은 지나고>, <풀밭 위에서> 안에서 펼쳐지는 것은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한 풍경 안에서의 사람들과 모호함이다. 불완전한 세계에서 불확실성에 던져진 불안한 존재들, 이 나약하고 공허해 보이는 동어반복적 인물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리는 것이 있다. 이들에겐 루미의 시에서처럼 모든 것을 떠나 영혼이 그 풀밭에 누우면 세상은 충만해지고, 언제 사라질 지 알 수 없지만, 존재와 비존재 사이, 꿈과 현실 사이의 오아시스가 있다.
“영혼이 그 풀밭에 누우면 / 세상은 더없이 충만해 말이 필요 없고 / 생각, 언어, 심지어 ‘서로’라는 단어조차 / 그저 무의미할 뿐.”_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 잘랄루딘 루미
삶과 자신, 타자를 이해하려는 방식으로 회화적 언어를 구축한 세 작가의 회화는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내러티브로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전시명_ 헬렌앤제이 갤러리 작가 공모전 1회 수상작가 전시: Someone else
전시 작가_ 김만섭, 최운형, 이정희
전시 장소_ 헬렌앤제이 갤러리(Helen & Jae Gallery of Seoul) 서울시 종로구 팔판길 23 (팔판동 98-1)
관람 시간_ 오전 11:00 - 오후 6:00
문의_ info@helenandjae.com / 02. 722. 0526